청주지방법원 전경. 최범규 기자길을 가던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던 40대 지적 장애인에게 항소심이 무죄를 선고했다.
대전고등법원 청주재판부 형사1부(박은영 부장판사)는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9)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2023년 6월 20일 자정쯤 청주의 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서 B(40대·여)씨를 강제 추행하고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자신이 건네준 껌을 B씨가 받지 않자 갑자기 달려들어 밀치거나 옷을 잡아당긴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1심을 맡았던 청주지방법원 형사22부(오상용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강제 추행한 뒤 곧바로 도주했고, 주거지에 도착한 뒤에도 주변을 살피는 점 등을 보면 타인에게 피해를 입힌 것을 인식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강제 추행하는 과정에서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이후 A씨의 친형은 "형량이 너무 과하다"며 항소했고, 국선변호인은 A씨의 지적 능력이나 판단 능력이 매우 부족한 상태인 점 등을 토대로 무죄를 주장했다.
명지성 변호사는 "피고인은 의사소통 자체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지적 장애가 심했다"며 "정신 감정 신청 등을 통해 A씨가 강제 추행에 대한 인식 능력 자체가 없어 고의성이 없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변호사의 주장을 받아드려 원심을 깨고 A씨의 죄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정신감정 결과에 의하면 A씨는 지적장애 중증도 수준인데, 자기 행동이 초래한 결과를 충분히 예측하거나 분별하지 못한 상태였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킬 만한 신체 부위를 직접 만지는 행위를 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